허욱 작가의 "매일매일 한땀한땀" 展입니다.
소소한 일상의 기록
나는 어마무시한 대작을 장시간에 걸쳐 그려내는 작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작지만 집요하고 끈질기게 천착해 들어...더보기
허욱 개인전
허욱 작가의 "매일매일 한땀한땀" 展입니다.
소소한 일상의 기록
나는 어마무시한 대작을 장시간에 걸쳐 그려내는 작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작지만 집요하고 끈질기게 천착해 들어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케 하고 질리게 만드는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는 더더욱 아니다. 굳이 내 작업을 스스로 규정하자면 소소한 일상의 기록, 즉 일기를 쓰듯 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내게 전시는 한해 농사 추수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것은 내 천성에 기인한다. 나는 성질머리가 불같고 조급해서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바로 결과가 보여야 직성이 풀린다.
어쩌다 보니 요즘의 내 작업은 크게 세 가지로 수렴되었는데, 글씨 쓰는 것, 그릇 만드는 것, 그리고 캘린더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내 본업이 시각디자인이니 캘린더도 스스로 디자인한다.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욕심은 많아서 사방팔방 일을 별려놓는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한 가지 스스로 위안 삼는 것은 그 어떤 것 하나도 놓치기 싫을 만큼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작업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비교적 바로바로 결과가 드러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매일매일 글씨를 쓰고, 매일매일 그릇을 만들고, 그림이라고 해봐야 3일을 넘긴 적이 없다. 난 단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일기쓰듯 내 작업에 담아낼 뿐이다. 그러니 가벼울 수 밖에 없고, 좋게 보면 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세 작업이 결국 우리스러움, 거창하게 말하면 한국적 정체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조형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일생의 화두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내 스스로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눈에는 이게 아름답고, 편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