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도자전
1.전시개요
민화형식을 빌려 개인의 결핍을 유머러스하게 표현
내고향 개포동. 그곳은 지금 재개발이 한창이다.
매매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래서 `매매`에 대한 잔치를 열고자 한다.
화려하지만, 뭔가 싸구려인듯한 고임상이 차려지고, 아파트는 일월오봉도를 대신한다.
아파트는 강력한 왕권을 상징하는 그것보다 위에 있다.
완벽한 음양오행의조화라는 일월오봉도는 그 완벽함이 아파트 때문에 깨지지만, 완벽해지려 노력한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어쩌면 내 개인적인 결핍에서 비롯한 것일지도 모른다.
2.작가노트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고, 바다와 같은 삶속에서 태풍의 고비를 넘어 가족들이 타고 있는 조그마한 배가 난파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살다 보니, 작업에 대한 열망은 큰 사치로, 죄스러운 숙제 같은 것으로 꽁꽁 숨겨놓았었다.
그러나 조그마한 틈으로 열망들이 비집고 스며 나와 우연한 기회에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곧 봇 불 터지 듯 터져 나왔다.
풍족했던 삶과 결핍한 지금의 삶이 나를 혼란스럽고 괴롭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곧 풍부한 이야깃거리로, 또한 작업을 진행하는데 에너지원이 되었다.
처음엔 독기를 빼내듯 가시가 있고 아팠다.
그러나 정신없는 혼란기가 지나고, 내안의 꽃이 피고 아름다웠다. 이내 주변의 것들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염원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민화가 좋다. 존경스럽고 슬프고 웃기다. 염원하고 위로하는 마음도 같다.
좋아하다보니 내 이야기를 민화형식으로 풀고 싶어졌다.
너무 간결하지 않게, 흔하지도 않게, 슬픔과 유머가 공존하는 공감가는 작업을 하고 싶다.
조상님께서 깊이 있게 쌓아놓은 이야기에 밥숫가락 얻는 것 같지 않게, 무게의 균형이 잘 지켜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 다행이도 ‘흙’이라는 재료와 기다림과 반복되는 과정들이 어느 정도는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