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게 하는 '여유'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로 술렁대는 서울 명동에서 한 해를 차분하게 돌아볼 여유를 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더보기
신향 개인전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게 하는 '여유'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로 술렁대는 서울 명동에서 한 해를 차분하게 돌아볼 여유를 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727-2336)에서 22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신향(아녜스, 47)씨 작품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수학하고 귀국한 신씨는 극도로 절제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거친 삼베 캔버스에 엷은 황토색으로 채색한 비구상 작품은 고요하다 못해 정적마저 감돈다.
신씨는 타인과 관계, 교류, 대화를 모두 열어놓고 싶어한다. 그림에 단 한줄 제목조차 붙이지 않은 이유다. 무한한 우주 공간이 되기도 하는 그의 캔버스는 '텅빈 충만'의 심오한 경지를 연상시킨다.
신씨는 "가장 드러내고 싶은 주제는 모든 이들이 애타게 목말라하는 평화"라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정지된 듯한 여유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삼베 캔버스에 대해 "외국생활 10년 동안 나 자신의 근본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떨칠 수 없었다"며 "삼베의 거칠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노트에 짧막한 시구 같은 글을 남겼다.
"타자(他者)의 시각을 통해/일정한 거리를 둔 공간에서/나의 작품, 보이지 않은 작품들/가까운 (명동성당) 종소리와 더불어/어떻게 공명되어 갈까."
그는 국립 로마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한 뒤 프랑스 릴3대학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한 이유를 "실제와 이론과 삶이 융합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