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차곡차곡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참 무서운 말입니다. 그런데 그 행동은 대부분 환경에 적응하는...더보기
허욱 개인전
매일매일 차곡차곡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참 무서운 말입니다. 그런데 그 행동은 대부분 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굳어집니다. 제 경우 집과 학교의 거리가 참 멉니다. 그러니 남들 출근할 때 같이 나오면 엄청난 시간을 거리에 쏟아 붓게 됩니다. 그래서 워낙 일찍 일어나는 것이 오래 전부터 몸에 배어있는 터라 아예 꼭두새벽에 학교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남들과 같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까지 약 3시간 가까운 시간을 오로지 저를 위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릇을 만드는 일이 이래서 가능해진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글씨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그릇이 되었든 제 작업을 스스로 규정하자면, 소소한 일상의 기록, 즉 일기 쓰듯 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주변 지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페이스북에 매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매년 하는 전시는 매일매일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 중에서 그래도 봐줄만하다 싶은 것들을 선별하여 다시 내보이는 재방송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세 전혀 다른 작업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스러움, 거창하게 말하면 한국적 정체성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조형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일생의 화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제 스스로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 눈에는 이게 아름답고, 편하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