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스테인드글라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게 묻곤한다. 이 질문에 대해 자세히 대답하기 앞서, 먼저 나는 사람들에게 거꾸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나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아세요? 여러분들은 혹시 여러 달 동안 진행되는 나비의 성장과정을 알고 계시나요? 사람들은 나비의 변신을 변태과정이라고 부르지요." 바로 번데기를 품고있는 그 자그마한 고치속에 나비의 형태가 담겨있는 것이다. 나비가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올때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비가 껍질을 벗기까지 거치는 긴 과정에는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나비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 기나긴 어려움을 이기고 나올 때, 변화의 기적이 생기는 것이며, 마침내 나비가 탄생되는 것이다.
나는 이 나비의 비유를 통해 스테인드글라스가 생성되는 데 필요한 여러 단계들에 관해 말하고 싶다. 사실 나비의 날개에서 스테인드글라스 납선의 구조와 색깔이 연상되지 않는가?
나비의 성장과정처럼 스테인드글라스의 제조과정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비의 생성 과정과는 달리 스테인드글라스는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능력과 기술적인 능력 모두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스테인드글라스 설계도에는 예술가의 생각과 상상력이 압축된 형태로 표현되어야 한다. 실제 크기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비교해 볼때 설계도는 아주 작다. 종이에 그려진 선과 색채는 완전히 다른 표현 수단인 빛이 통과하는 색유리와 납선으로 바뀌게 된다. 여하튼 구상해놓은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는다면 스테인드글라스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일은 힘들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참으로 훌륭한 과제인 것이다.
설계도를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유리로 옮기는 것은 한마디로 변신이며,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밑그림에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의 설계도, 즉 예술가의 상상은 빛이 통과하는 색유리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완성될 때 비로소 설계도에 묘사된 예술적 상상력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설계도를 색유리로 옮기는 작업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의 과제인데,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면서 그것은 또한 설계도를 또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음악에서 한 음악작품의 음을 나타내는 악보와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연주자가 있다. 작곡가는 머리속에 있는 자신의 곡이 음악으로 표현되리라는 상상속에 그것을 악보에 '그려' 넣는다. 그리고 성악가와 연주자들은 이 곡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음악'으로 현실화한다.
사람들은 악보를 읽고, 음악은 듣는다.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곡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느냐 아니냐는 연주자의 재능과 그의 기술적인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작곡가와 연주자는 서로 협력하여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예술가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 사이에, 그리고 그려진 설계도와 그것을 현실화한 실물의 스테인드글라스 사이에도 공동작업이 적용된다. 전문적인 재능, 즉 기술적인 능력이 훌륭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설계도를 깊이 음미하여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창조적 재능이야말로 예술가의 협력자가 되게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 사람간의 깊은 공감이 이루어지고, 서로 자주 생각을 교환하는 것이 훌륭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탄생시키는데 필요한 선결조건이기도 하다.
실물크기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작업실에서 한조각, 한조각씩 정성들여 만들어진다. 그 때문에 미완성의 조각들을 서로 결합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완결작품으로 보아서도 안되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그러므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는 세부적인 작업을 할때 전체작품에 대한 윤곽을 항상 머리속에 그려야 한다. 그리고 개개의 색유리를 잘라내기 전에, 이 유리재료들 중 어떤 색조가 설계도에서 구상해 놓은 특정의 색조와 잘 맞는지 결정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는 나름대로의 독자적 능력을 갖고 이를 입증해 내는 것이다. 말하자면 예술적인 재능과 오랜기간 동안의 연습만이 그를 능력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스테인드글라스도 수없이 많은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우선 이 작은 조각들은 납선에 의해 서로 연결된다. 예컨대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먼저 납선으로 윤곽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몸에서 골격이 몸 전체의 구조를 잡아주듯이, 스테인드글라스에서도 납선은 전체 구조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납선들의 굵기는 다양해서 풍부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납선의 굵기를 올바로 선정하여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는 이를 염두하고 설계도에 그려있는 밑그림에 맞추어 납선을 적절히 선정해야 한다.
그물망처럼 펼쳐있는 납선들은 흡사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구조물과도 같다. 이 납선들은 색유리들을 지탱시켜주고, 색유리들간의 경계를 그어주고 있다. 변화무쌍한 햇빛을 받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색유리의 색채의 세계와 납선의 형체구조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전체 모습에서 통일을 이루어 조화롭게 나타나야 한다.
스테인드글라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광선, 즉 햇빛을 받아 독특한 색채를 내는 색유리는 물론 그것의 품질과 연관되어 있다. 왜냐하면 색유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요한성당 본당 건물의 양옆에 있는 가장 큰 두개의 창유리는 입으로 부는 프랑스산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유리를 보통 '대성당 유리'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이미 대성당을 짓던 그 옛날의 중세시대부터 오늘날과 똑같은 방법으로 유리가 제조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고도의 뛰어난 능력을 갖춘 수공업자가 입으로 유리를 불어 만드는 것이다. 비록 모든 유리들이 서로 비슷한 색깔에 속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색깔들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그 때문에 가능하면 특정한 작업을 위해서 공장에서 직접 유리를 선택해야 한다.
이글을 주의깊게 읽은 독자라면 하나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기여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신부님과 성당에 종사하는 사목위원들도 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예술가에게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위임하고 그에게 신뢰로서 일을 맡겼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이미 나는 위에서 예술가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가간의 관계를 서술하면서 작업실에서의 밀접한 공동작업에 관하여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신부님과 사목위원들을 포함하여 예술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자 모두는 그 나름의 방식대로 이 공동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첨여한 것이다. 상호간에 이해가 없다면 이 공동작품은 가능하지 못하다. 이 모든 사람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완성하는데 최선을 다한 것이며, 또한 이 공동 작업이야말로 천주님의 도움에 의해 주어진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성당에 있는 예술작품들은 궁극적으로 미사에 기여하는 작품들이다. 그 때문에 이것은 단순한 예술작품 이상의 것이다. 파이프 오르간이 그 아름다운 소리로 성당안을 가득 메우듯이, 스테인드글라스도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햇빛을 신비에 가득찬 빛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전례에 참여하거나, 혼자서 조용히 기도와 묵상을 하기 위해 천주님의 집을 찾거니와, 스테인드글라스야말로 바로 천주님의 집에 들어가는 하늘의 문인 것이다.
"마음을 드높이
주님께 올립니다"
우리는 미사에서 위와 같이 기도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작품 속에 곧 신의 창조에 담긴 위대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경외로움인가! 마치도 이것은 나비의 탄생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경외로움과 다르지 않다. 부디 성당안에 있는 예술작품들이 이러한 경외심을 우리 안에 불러 일으켜, 만물의 창조자인 천주님을 향해 우리의 마음이 드높이 들어 올려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