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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값 | 2026-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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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가 본명이에요?” “네, 세례명을 개명해서 본명으로 쓰고 있어요.” “비야라는 세례명도 있어요? 비야(飛野)라는 한자까지 있고요?” 주민등록증을 보여줄 때마다 듣는 질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지금은 비아로 표기가 통일됐지만, 내가 세례받은 1970년대에는 삐아, 삐야, 비아, 비야를 함께 썼다. 교리 담당 수녀님은 비야로 골라주셨고, 영세 후 나는 세례명을 ‘새로운 삶의 증표’라 여기며 성당 밖에서도 될수록 한비야라는 이름을 썼다. 개명이 쉬웠던 어느 해, 아예 이를 본명으로 개명했고 공적 이름에는 한자가 필수여서 날 비(飛), 들 야(野)를 붙여 한비야(韓飛野)가 된 것이다. 나는 내 이름이 맘에 든다. 무엇보다 한 씨라서 다행이다. 김비야, 박비야는 좀 어색하고, 변비야, 공비야라면 놀림감이 되었을 거다. 나비야, 왕비야도 괜찮지만, 어감상 한비야가 제일 예쁜 것 같다. 이름의 뜻도 나라마다 다양하다. 인도에선 내 사랑(Priya), 이란에선 이리 와(Biyā), 스페인어권에서는 길(Via)이고 베트남에서는 맥주(Bia)를 뜻해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동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선 한은 물이고 비야는 큰항아리라는 의미란다. 극심한 가뭄이 든 에티오피아 마을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말하자, 일제히 어깨를 들썩이며 환성을 질렀다. 큰 물항아리가 왔다면서. 놀랍게도 그날 밤, 몇 년 만에 땅이 흥건할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름값 하기 버거운 이름도 많을 거다. 개신교인들이 대부분인 남수단에서 우리 긴급 식량 지원팀은 모세, 솔로몬, 마리아, 바울 등 신구약 인물들의 집합체였다. 심지어 한 팀원 이름은 예수였다! 발음도 우리말 그대로 ‘예수’여서 그를 부를 때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르는 사람도 이런데, 평생 예수로 불리는 그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까? 생각해 보면 내 이름 비아(pia)도 절대 가볍지 않다. 비아는 라틴어 덕목에서 온 세례명으로 경건하고 신앙심 깊으며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고백하건대 오랫동안 나는 예쁜 세례명을 가졌다는 사실만 감사하며 살았다. 그런데 작년 봄, 피정 중에 각자의 세례명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에 비로소 깨달았다. 세례명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새 이름을 얻는 게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서 그 이름에 걸맞게 살겠다고 약속하는 일이라는 것을! 따라서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그 이름에 담긴 뜻대로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개인 묵상 후 나눔 시간에 피정 담당 노수녀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비아는 단순히 신앙심이 깊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이 무엇을 맡기시든 끝까지 충실하게 해 내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지금까지 자매님이 걸어온 구호 활동의 삶과 딱 맞는 세례명이네요.” 순간 얼굴이 화끈했다. 그동안 세례명을 마음에 쏙 드는 이름으로만 여겼을 뿐, 그 뜻과 소명은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겠지? 50년 전에 하느님은 내게 새 이름을 내려주셨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그 이름값 하며 살고 싶다. 정신 바싹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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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2026-07-14 오전 9:12:18 일 발행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