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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보내신 아기 2026-07-14

모든 아기는 정말 신기한 존재다. 인간 근원으로부터 존재에 대한 찬미와 순수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아기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내가 미국에 머물 때였다. 당시는 시민권 획득을 위한 원정 출산이 한창 유행하던 때라, 아이를 낳고 귀국할 수 있겠다며 주위의 부러운 눈길을 받기도 했다. 특히 남자아이일 경우, 병역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덤으로 주어지니 당연한 선택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나는 가족이 없는 땅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내가, 나의 엄마인 할머니의 사랑과 지혜 없이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더욱이 편법은 싫고, 군대도 필요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곧 오리라 믿었다. 그렇게 귀한 생명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매콤한 낙지볶음도 먹고, 모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동네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으니 더욱 편안했다.

그런데 아기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서둘러 세상에 왔다. 아직 폐가 완성되지 않았을 시기라 급히 종합병원으로 옮겼고, 나는 열이 40도까지 오른 상태로 꼬박 하루를 진통한 끝에 첫 아이를 만났다. 의사들의 염려와 달리, 아기는 다행히 숨도 잘 쉬었고 크고 건강했다. 위험할 만큼 출혈이 심했다지만 그런 상황은 이미 흘러갔고, 그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가 내 품 안에 놓여 있다는 것만 보였다. 아기는 젖을 빨 힘이 부족해 마냥 울기도 했고,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에 놀라 깨기도 했다.

그러던 아기는 어느새 말을 하고 걷기 시작하더니, 바람을 쌩쌩 가르며 두발자전거를 탔다. 품 안의 아기는 아이가 되었다. 마구 달리는 아이를 따라가기 위해 자전거를 배웠고, 아이의 말 속에서 “아하!”를 외치며 순간의 진리를 발견했다. 엄마에게 첫 아이는 세상에서 최고로 예쁘고, 모든 걸 할 수 있는 ‘슈퍼 천재’다. 그리고 둘째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아기가 또 존재할 수 있다는 데에 깜짝 놀랐다.

그런 아기도 성장 과정을 거치며 때론 깨어지고 또 빛난다. 동시에 엄마를 깨우치고 깨지게도 한다. 세상 모든 아이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독립심을 키우며 엄마의 틀을 깨고 나간다. 사춘기 아이를 걱정하던 나에게 “엄마 말만 잘 들으면, 엄마처럼밖에 더 되겠어?”라고 하시던 내 스승의 말이 떠오른다. 

엄마의 부조리함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해 온 아이는, 어리숙하고 무딘 엄마가 꼰대가 되지 않도록 날카롭게 지적하고 반항하며, 새로운 세대의 원리를 알려주고, 세상을 배우는 동시에 또 바꾸어간다.

그런 나의 첫 아이가 훌쩍 커서 군대에 갔다. 입대하고 딱 1년이 지난 지금,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은 기대했던 만큼 평화롭지 않다.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다시 전쟁이 난무하고, 난 내 아이와 세상의 모든 아이를 걱정한다. 노인이 된 나의 엄마가 그렇듯이, 엄마에게 자식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에게서 아이의 모습을 본다. 예수님이 구유의 아기로 이 세상에 오셨듯이, 요람 속의 아기는 결국 우리의 스승이 된다. 주님은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돌보고 배울 존재로, 우리에게 새로이 고유한 아기를 보내신다. 그 순리의 과정에서 결국 구원으로 닿으리라 믿으며, 세상의 모든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글 _ 손서정 베아트릭스(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 소장)

[가톨릭신문 2026-07-14 오전 9:12:1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