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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음악 축제…피아노·첼로 선율에 담긴 신앙 즐겨 볼까요” 2026-07-13

여름밤을 수놓을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 축제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각 축제에서는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는 7월 31일까지 더하우스콘서트의 ‘2026 줄라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프랑스의 빛’을 주제로 마련된 페스티벌에서는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Vingt Regards sur l''Enfant-Jésus)〉 전곡을 피아니스트 소냐 바흐가 연주한다.

이 작품은 피아노 독주를 위한 20개의 묵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작곡이다. 각 곡은 독립된 악장처럼 구성됐다. ‘성부의 시선’에서 시작해 ‘성모의 시선’, ‘성자의 시선’, ‘십자가의 시선’ 등을 거쳐 마지막 ‘사랑의 교회의 시선’으로 끝맺는다. 단순히 종교적 분위기를 지닌 곡이 아니라, 피아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성모 마리아, 십자가 등 신앙의 주제를 통해 하나의 묵상으로 묶은 작품이다.

12세기 독일의 베네딕도회 수녀원장이자 교회학자였던 힐데가르트의 곡은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는 8월 22일 리사이틀을 통해 힐데가르트의 〈오 잎이 무성한 가지여(O frondes virga)〉 등을 연주한다.

이 곡은 본래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전례적 성격의 라틴어 성가다. 힐데가르트 연구 자료에 따르면 원곡은 성모 마리아를 위한 시편 후렴으로, 성모 마리아를 ‘꽃피는 가지’에 비유하고 새벽빛의 이미지와 연결한다. “나약한 우리를 악습에서 풀어 달라”는 간청도 담겨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 성가의 선율이 첼로로 연주된다.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2026 클래식 레볼루션’이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은 9월 3일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꾸민다. 그 가운데 〈순례의 해 제2권 이탈리아〉 중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신곡」의 지옥과 천국, 죄와 구원에 대한 상상력을 음악으로 풀어낸 곡으로, 지옥의 문과 고통받는 영혼들, 비극적 사랑, 천상적 빛의 이미지가 피아노 선율로 재해석된다. ‘소나타풍의 환상곡’이라는 부제처럼 엄격한 형식보다 자유롭고 환상적인 전개가 두드러진다.

이들 공연은 전례음악은 아니지만, 신앙이 예술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돼 왔음을 보여 준다. 중세 수도원의 성모 찬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한 20세기 현대음악, 단테의 구원 서사에서 출발한 피아노 환상곡이 관객들을 여름밤 공연장으로 초대한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가톨릭신문 2026-07-13 오전 10:1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