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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당연한 일상을 빼앗는 이름, 전쟁 2026-06-17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종량제 봉투 품귀 대란’을 기억할 것이다. 평소 종량제 봉투는 어디서나 쉽게 구하는, 너무나 당연하고 사소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소식 하나에 사회 전체가 술렁였다. 당장 사용할 봉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섰고, 순식간에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영화는 평소였으면 구급차가 20분 만에 도달했을 거리에 홀로 고립된, 6살 어린이 힌드를 구하기 위한 적신월사 봉사자들의 사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아이의 간절한 청에도, 총칼이 가로막은 장벽 앞에서 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화기를 붙잡고 아이를 위로하는 것뿐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흘러나오는 힌드의 실제 목소리를 들으며 당시 봉사자들이 느꼈을 절망감을 고스란히 공유하게 된다.

영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에 대한 분노일까? 그보다는 전쟁의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지 않을까. 영화가 끝난 뒤에도 힌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면, 그것은 전쟁이 빼앗아 가는 것이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해 온 ‘평범한 삶’ 그 자체임을 깨닫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봉투 품귀 대란을 촉발한 배경에 전쟁이 있다는 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우리에게 전쟁은 사소한 물건을 구하는 게 어려워지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전쟁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다가가는 지극히 당연한 행위조차 허락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총성은 멈추었을지라도, 그 참혹한 시간 속에서 깊은 아픔을 겪은 이들의 눈물과 비극까지 단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마주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가톨릭평화신문 2026-06-17 오전 8:12:2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