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파토스(pathos)를 추동하는 빛의 향연
이진희 (미술평론가)
권대하 작가는 시종일관 도시 풍경에 천착해왔다. 작가는 스펙트로(spectro) 원근법을 시도한 초기작부터 빛·공간의 조형을 거쳐 빛·점으로 기호화한 중기작, 그리고 뉴욕을 주된 활동무대로 삼으면서 빛·공간의 추상으로 진화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거듭된 회화적 변주 속에서도 줄곧 도시를 회화적 모티브로 삼고 있다.
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담아낸, 밤거리를 다이나믹하게 질주하는 자동차와 촉촉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 뿌려놓은 빛들의 장엄함, 점등된 가로등과 네온싸인의 빛들이 발산하는 밤거리의 도시 풍경은 윤택하고 역동적인 빛의 흐름들 속에서 내일을 여는 역동적인 희망을 환기시킨다.
권대하 작가의 도시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언명한 감성적 호소력으로서의 파토스(pathos)와 필연적으로 대면하게 한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말한 “새벽에 길을 떠났을 때 저기 교회 종탑 위에 별을 바라보는” 느낌으로서의 파토스적 희망을 목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새벽하늘의 별들이 새로운 아침을 열어줄 희망의 징표인 것처럼, 작가가 도시 풍경의 관상(觀相)에서 끌어올린 불빛들은 물화되고 소외된 존재인 도시인들의 일상적 고독과 실존적 외로움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위로함으로써 희망을 추동(推動)해내는 증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