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삶의 고통이나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불멸을 추구한다. 개인적 혼란이나 공동체 전체가 변동을 체험하는 전쟁과 같은 사건 속에서도 일어나는 사건들의...더보기
김미나 박사학위청구전
인간은 삶의 고통이나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불멸을 추구한다. 개인적 혼란이나 공동체 전체가 변동을 체험하는 전쟁과 같은 사건 속에서도 일어나는 사건들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하며 이러한 노력 속에서 일상적인 질서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였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이 “종교”이다. 상징으로써 종교는 “인간이 체험하게 되는 혼란” 속에서, 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일상적 삶 속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하여 하나의 인간이나 인류 역사 안에 위대한 옥적, 혹은 섭리가 있음을 알려주던 것이다. 곧 종교적 상징을 통해 인간은 인간성 안에 잠재된 종교적 감정, 즉 종교성이 불러일으켜지는 것이다.
나의 작업은 이런 인간의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인간의 나약함과 불안감, 그리고 신 앞에서, 그리고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떠한 힘도 발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스스로 성당에 가고 수년간 성당에서 전례 봉사활동을 하였다. 나의 작업은 성당에서 미사 때 사용되는 미사제구, 성작, 성반, 성합 등의 골드와 실버 색을 차용한다.
골드와 실버의 색은 금속성을 담고 있고, 금속은 인간과 달리 썩지 않고 오랜 시간 보존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짝이며, 썩지 않고, 오랜 시간 보존 할 수 있는 ‘영원성’을 지닌 금속에 대해 동경심을 가진다. 나는 작품의 골드와 실버 색을 통해 ‘영원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나의 작업의 종교적 상징물들은 새로 태어나 ‘영원성’을 얻음으로써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징은 그 지시물이나 의미가 외부에 존재하는 기호나 단순한 재현과는 달리 그 의미와 지시물이 내재적인 것이 특징이며, 상징을 보고 대하는 주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표상과 차이가 있다. “상징은 인간의 억압된 무의식적 내면의 모습을 대리하거나, 의식이나 언어로는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인 상태를 그 자체로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의 작업의 제목인 ‘Esther'는 나를 상징하고 있다. Esther는 세례를 통해서 새롭게 부여받은 나의 다른 이름이다. 세례란 물로 씻는 예식을 뜻한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며, 더러운 것을 씻어내어 깨끗하게 만든다. 물이란 세례가 유효할 수 있는 본질적 요소이다.
“물은 모든 형태를 부수고, 모든 역사를 폐기함으로써 정화, 재생, 새로운 탄생의 힘을 소유하게 된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죽음’을, 물에서 다시 나오는 것은 어린이와 같이 새롭고 참된 삶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나의 작업은 세례를 통해 새롭게 부여받은 이름‘Esher'로 다시 태어남을 상징한다. 나는 작업을 통해 ‘Esther'라는 이름으로 '영원성'을 지닌 존재로 부활한다.
나의 작업이 이미지들은 종교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종교적 상징을 통해서 인간성 안에 잠재되어 있는 종교적 감정 혹은 종교성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종교적 감정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불안과 두려운 감정인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들, 특히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작업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