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한 은총: Gratia Plena>展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섯명의 작가가 각자의 삶속에서 체험한 중재자로서의 성모님과 성모님을 통해 만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더보기
그라치아 플레나
<가득한 은총: Gratia Plena>展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섯명의 작가가 각자의 삶속에서 체험한 중재자로서의 성모님과 성모님을 통해 만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전시다. 이번 전시는 가브리엘 천사가 나자렛의 어린 소녀였던 마리아에게 발현하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루카 1:38)’라며 건넨 첫 인사말에 관한 묵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참여작가들은 교회의 어머니이자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하느님 은총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하고 그리스도인으로써 바라보아야 하는 지향점이 어디인가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하였다.
작가 임수연의 경우 순례와 같은 인생 여정 속에서 만난 동반자 성모님을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성모님은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하시는 동반자이자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적극적인 중재자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그는 빛의 자녀인 우리가 오롯이 바라보고 지향해야할 곳이 어디인가인가의 물음을 작가 특유의 몽환적이며 서정적인 내러티브를 담은 회화작품으로 묘사하였다. 패브릭 아트 디자이너로 활동중인 작가 김명희는 전통적인 이콘 회화 도식에 등장하는 성모님의 모습을 섬세한 자수작업으로 담아낸다. 이는 마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봉헌의 삶과 그에 따른 은총을 담는 작은 내면의 공간을 형상화한 듯하다. 그의 작업은 그 공정과정에 있어 서로 다른 패브릭을 세밀한 수작업 과정을 거쳐 연결하고 재단하여 완성되기에 작업과정 자체가 일종의 묵상 수행과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작가 임성연의 경우 채색사본의 형식을 차용하여 겸허한 자세의 필사를 통해 얻어지는 치유와 은총의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 중세의 수도자들이 성경이나 기도문 등을 금과 은 그리고 풍부한 색채의 안료를 사용하여 제작한 채색사본은 그 제작과정 자체로도 하나의 기도이며 수행 과정이었다. 그는 이에 착안하여 고통의 시간들이 은총의 시간들로 채워지는 체험을 담고자 하였다. 이와는 달리 작가 김선경은 성모님과의 기도여정속에서 체험하는 영롱한 은총의 선물을 현대적이며 세련된 디지털 회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는 어린아이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으며 의지하듯, 성모님의 푸른 허리띠를 흔들며 우리의 어려움을 온전히 의탁할 때 얻어지는 모성적 위안과 위로를 여러 모티브들의 구성을 통해 초현실적인 감각으로 상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작가 박문주는 장미창이 있는 프라하의 비투스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을 세밀하고 화려한 금박작업의 템페라 회화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따스한 금빛을 지닌 그의 회화는 마치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통해 우리가 만물주이신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음을 나타내는 듯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금빛으로 형상화된 세상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상징과 실제 대성당에서 반사되었을 빛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은총을 느낄 수 있도록 초대한다.
다섯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일상속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은총의 모습은 우리 개개인에게 각각 다른 형태로 다가온다. <가득한 은총: Gratia Plena>展은 이렇듯 서로 다른 소명을 지닌 이들이 한 공간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일치를 이루는 삶을 전시에 담아 관객으로 하여금 기도와 묵상체험에서 오는 신앙적 공감대를 제공하고자 한다.
임성연(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