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불류(和而不流)
문인화 경계 너머
김승방 (강암 연묵회장)
람곡 하수정의 작품은 문인화의 새로운 시도이고 모색이다. 문인화라기 보다는 그냥 그림이다. 람곡의 작품에 장르를 논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작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서예와 문인화 공부를 했고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점차 전통적인 서예와 수묵 문인화의 모습이 사라지고, 화선지 대신 천연염색을 한 삼베, 모시, 한지 천으로 바뀌고, 종전의 수묵과 함께 아크릴과 다양한 서양화 채색 매체들이 스스럼없이 등장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는 남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다. 이는 천과 가까이 했던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의 작업 방식 중 하나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그리는 것이다. 우리 전통 그림에도 지두화가 있다. 붓이 아니니 따지고 들 격식이 없고 얽매일 데 없으니 자유롭다. 유치원생이 어린 아이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린 것 같다. 그의 그림에는 대상이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서예가 있고 문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관람객에게 왜 장르가 있어야 하고 법이 중요하냐고 묻고 있다. 달관한 그의 인생관을 본다.